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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우주의 이야기/컨텐츠 파헤치기

[한드] 연애의 발견 2

플라눌라 planula 2021. 2.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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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인물소개를 통해 주인공의 기본적인 성향에 대해 알아봤다. 

 

기본 스토리의 전개 구조를 보면 한여름(ENFP)가 첫 눈에 반한 강태하(STP)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강태하의 감정은 단순하고 빠르다.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한여름의 순진무구하고 활발한 모습에서 '귀여움'을 느끼고 자신에게는 결코 없을 강점을 지닌 한여름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사실 전형적인 STP들은 쾌락주의자에 가깝다. 그들은 감정의 씨앗을 발견하지만, 쾌락을 통해 그 감정을 증폭시킨다. 외향적으로 감각이 발달한 이들은 감정과 감각을 같은 것으로 종종 착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 수록 자극은 옅어지고 감정이 줄어들게 된다. 더군다나 다른 것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 STP의 특성상 '감각이 줄어듬 = 감정이 식음' 으로 곧잘 귀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들에게도 '고마움, 미안함'같은 감정으로 연인과의 정서적 연결이 가능하지만, 20대 초반의 정신적 발달이 덜 된 시기에는 이런 감정은 매우 작은 부분에 속할 뿐이다. 

 

한여름이 내내 강태하에게 '서운함을 느낀 지점'은 그래서 당연한 귀결이다. 강태하는 그렇게 작동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곧 감정을 나누는 것인데, 감정이란 감각에서 오는 자극으로 인식하는 STP들에게 그 감정은 유한할 수 밖에 없다. 유한한 감정이 사그라들면 이후에 찾아오는 시간은 점점 귀찮아지지만, 한여름의 가치가 자신에게 매우 크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헤어지지 않는다'는 결정을 암묵적으로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강태하에게 그 결정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하다. 당신은 헤어지지 않을 만큼 가치로우므로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다. 

 

*

뭐야, 너 울어?

 

아니야. 아무것도.

 

연화도 가는 배 탈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네. 어떡하지...

찜질방같은데라도 들렀다 갈래?

 

내가 왜 우는지 궁금하지도 않니?

 

왜 우는데?

 

최근에 나 이상하지 않아?

 

어, 이상해. 너

꼭 여행까지 와서 이래야겠어?

 

너야말로 이럴꺼면 여행 왜 왔어?

내내 입꾹 붙이고 앉아서 한마디도 안하고 내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지도 않은데 여긴 왜왔냐고!

 

니가 오자고 했잖아!

나 요즘 얼마나 힘들지 몰라? 세시간도 못자고 버티는 줄 알잖아. 그런데도 너 요즘 우울해하니까 온거 아니야!!!!!!!

기분 좋게 놀다 가자. 어??!!

 

아니야. 그만 둘래.

나 왜 만나니?

아니다. 이런 질문 몇번짼지 모르겠다. 나 왜 만나는지 모르는줄 알아?

 

뭐때문에 만나는데?

뭐때문에 만나는데? 나도 좀 알자. 어??

사귀는 5년동안 3년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모르게 서로 좋아하다가

요즘은 내내 싸우기만 하잖아!!! 이런데 내가 널 왜만나겠니? 

아니 진짜 몰라서 만날때마다 물어보는거냐??

 

잠 잘려고 만나는 거잖아. 만나서 잠 밖에 더 자? 밖에 나가서 데이트하자고 하면 피곤해 죽을려고 하고, 집으로 가면 나랑 뭐하는데? 뭐 했는데 나랑?!!!!!!!!

비참하고 자존심 상해. 

 

....

아... 그런거 아니야. 

 

헤어지자. 

 

말이 되는 소릴 해.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아니, 그만 둘래. 힘들어서 못하겠어.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너 기다리고 혼자만 너 쳐다보고.

둘이 같이 있어도 너무너무 외롭구. 

이런게 연애니? 

나 사랑한다면서 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헤어져.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끝내자. 

*

 

사실 이건 유형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젊고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의 남성에게 사랑이란 곧 자극이고 그것은 감각을 자극하는 것,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MBTI유형에서 ST라고 부르는 유형들은 그 부분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이런 연애가 전개될 가능성이 몹시 높다. ST라는 것은 곧 에너지를 사용할 때의 방식과 자연적으로 타고난 기질에 근거하여 분류되기 때문이다. 

 

MBTI유형 검사할 때도 남성 T와 여성 T의 측정지수에 차이를 두고 남성 F와 여성 F에 따라 분포도가 달라진다. 우리가 편향적으로 인식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부분이 이 차이에서 발생된다. 이건 아마도 남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프로테스테론'과 여성호르몬으로 불리는 '에스트로겐'이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평균적으로 남성은 기질적으로 T가 높고 여성은 F가 높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여성보다 F가 높은 남성이 있고 남성보다 T가 높은 여성은 당연히 있다.

 

다시 돌아와서 연애의 발견에서 젊은 남녀가 만났을 때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감정'에 대한 서로의 생각차이 때문이다. 강태하에게 사랑이란 곧 오감을 통해 얻어지고 자극하는 감정  ㅡ 거의 대부분 성관계를 통한 합일 ㅡ 에서 발견되어지고, 한여름에게 사랑은 대화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고 위로받고 위로하고 안위를 물어주며 안심시켜주는 것에서 발견된다. 물론 각각에게 '한 가지만'이 사랑인 것은 아니다. 다른 여러가지 부수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핵심'이 다른 것이다. 그 핵심이 빠지면 각자는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라고 결론짓게 될 것이다. 

 

이 커플은 그런 면에서 보면 균형이 맞지 않다. 왜냐하면 여성은 이 관계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서 남성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중요한 점을 제공해주면서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도 노력해서 채워주는 것이 균형잡인 연인관계이다. 그런데 자신의 노력이 0에 수렴할수록 이기심은 극에 달하고 관계의 균형은 무너지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에 공감지수가 높은 걸 보면 이런 불균형한 연인관계가 매우 많다는 증거이다. 그것도 주로 남성의 권력관계에 의한. 여성이 감정적으로 불안한 경우에 자주 발견된다.

 

연인은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관계이다. 왜냐하면 일단 타고난 기질에서부터 거리가 멀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에는 이 격차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일단 남성과 여성이라는 기질은 호르몬에서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게 달라질 확률이 매우 크다. 같은 걸 원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나와 비슷한 동성이라고 해도 같은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같은 분류에 들어갈 수는 있다. 그런데 성별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원하는 게 정반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가치순위가 완벽히 뒤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다.

 

놀랍게도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곧 상대방이 원하는 것일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가령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내가 신체접촉을 좋아하니 상대방도 당연히 이만큼 좋아하겠지?' '내가 돈을 좋아하니 상대방도 돈을 좋아하겠지?' '내가 대화하는 걸 좋아하니 상대방도 좋아하겠지?' '내가 먹는 걸 좋아하니 상대방도 먹방을 좋아하겠지?' 같은 것들이다. 이는 끝도 없이 많은데 사회에서 '대중들이' 원한다라고 알려진 것일수록, '자신이' 강렬하게 원하는 것일수록 상대방도 원한다고 착각한다. 당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그런데다 연애의 발견에서 두 주인공은 가장 극단적인 면을 서로가 추구하는 유형이다. 한여름은 감정의 그릇이 매우 크고 강태하는 감각에 초점이 타인들보다 많이 맞추어져있는 유형이다. 서로가 완전히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한듯 이끌리게 되고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열정적이고 불타오르는 사랑의 대부분은 이런 반대성향을 만나 본능적으로 이끌리고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감각과 감정을 그릇과 그릇에 담긴 물이라고 보자. 그릇의 종류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물의 양도 다르다. 이 드라마에서 강태하는 철 그릇이고 그 안에 물은 약 10%정도밖에 없다고 가정하고 한여름은 같은 철 그릇이며 물은 80%가 차있다고 해보자. 같은 철 그릇이기에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불붙고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하다. 그들은 빠르게 불타오를 수 있기에 잘 맞아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물의 양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불만이 커진다. 뜨거워진 철 그릇끼리 부딪히면 강태하의 물은 아주 조금 흔들리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한여름의 ㅡ 물이 더 많이 차 있는 그릇은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반응한다. 그릇이 넘어질수도 있다. 

 

 

한여름과 강태하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드라마는 전개 된다. 드라마에서 제시하는 답이기도 하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지 못하던 강태하는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 깨달아간다.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지점들이 모여서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이 드라마는 강태하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이토록 많은 기회를 다시 얻고, 그 기회를 통해서 자신이 옳다고 여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감정의 깊이가 층위로 존재한다면 강태하가 생각하던 사랑은, 아마도 레벨 1에 해당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그에게 사랑이란 '단순한 즐거움'일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순간에서 즐거움과 쾌락을 얻는 것이 그에겐 사랑이다. 사랑을 이어가는 방식은 현실적인 성공이다. 그는 물질적으로 사랑을 이어붙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강태하에게는 사랑이 쉬웠다. 안타깝게도 물질적으로 부유한 성공한 사람 중에 이런 남성들(여성들도 많지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이 꽤 많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일종의 놀이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며, 이것이 발전되면 자신의 능력을 통해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부를 통해 상대방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더 발전되면 상대방이 원하는 물질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싸이클이 전개된다. 이 안에서 강태하는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낄 것이며 사랑의 전부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의 연인에게 주려고 한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방식이며 어린 아이들이 느끼는 사랑의 상태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탕'을 타인에게 양보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정신이 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어른들은, 커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받는다. 단지 어른의 물질과 방식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정은 그런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과 사랑의 감정은 별개의 영역이다. 아마도... 현실적인 부의 축적은 '돌멩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릇에 돌덩이가 큰 것이 들어갈 수록 물의 수위는 높아지고 감정은 더 부풀어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은 물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돌멩이가 그릇속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물로 바뀌지는 않는다. 또한 데워지지도 않는다. 돌멩이는 불안하던 공간에 일시적인 만족감을 채워줄 수는 있다. 가볍게 흔들리던 그릇이라면 그 돌멩이로 인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랑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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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2014)

KBS

한여름(정유미), 강태하(에릭), 남하진(성준), 윤솔(김슬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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