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언컨데 (대부분에게) 그것은 '어린시절의 감정'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감정은 무의식에 저장된다. 결국 우리가 알지도 못하고 상상조차 못한 수 많은 무의식의 기억들이 우리 삶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삶은 내가 '애쓰는대로' 되지 않고 '긍정성을 끝없이 주입해도' 요요현상처럼 우울감에 빠질 뿐인 것이다. 그 무의식적 기억은 당연하지만, 내가 선택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태아때부터 신생아 시절, 유아기를 거쳐 몸이 커지기까지 수 많은 경험과 내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이를 결정한다. (더 깊게 파헤치면 전생과 사회 국가의 감정들까지 내 감정체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심리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쾌활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가 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 된다면, 이런 영화를 꼭 처음에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무의식과 인간 삶의 불행과 행복의 한끗차이, 변화, 이로인해 어른아기에서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폴을 통해서, 폴이 불행한 시절 - 어른아기인 상태 - 왜곡되어 전달된 정보에 의해 스스로의 삶을 가둬버린 - 타인의 욕망을 대신 실현해주는 삶 - 이라는 전반부에서 이 알을 깨고 진짜 어른이 되어나가는 과정과 이를 돕는 마담 프루스트와 몸의 감각을 통해 기억의 진실을 알아내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해나가는 후반부를 만나게 된다. 이를 위해 '프루스트'라는 이름을 빌려왔고 작가 프루스트가 책을 통해 묘사해 일명 '프루스트 기법'이라고도 하는 향을 통해 기억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를 통해 가장 프랑스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의식은 말 그대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엄청난 데이터가 저장된 곳이다. 우리가 맘대로 통제하거나 조종할 수 없지만 우리는 통로를 갖고 있다. 몸의 감각을 통해 무의식의 데이터는 저장되고 또 그곳을 통해 우리는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그래서 감각은 늘 우리를 어떤 감정과 기억으로 쉽게 데려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왜곡하거나 잘못 오해하여 받아들인 정보는 그 기억속으로 다시 들어가 진실을 마주할 수도 있다.
폴이 비밀정원을 몇 번을 찾는 동안 그의 기억속으로 들어가 몇 가지 장면이 재생된다.
영화에서는 상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그 장면은 폴이 이전에 가졌던 '감정'과 전혀 다른 진실을 보여준다는게 포인트다. 그는 2살때 부모가 죽었고, 그 죽음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 죄책감을 가진 이모들은 그 진실을 감췄고 그로인해 폴은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아기들은 매우 '자기 중심성'이 강하고 모든 일들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로인해서 기억은 왜곡되고 '불행한 부모'에 의해 쉽게 '불행한 아기'가 되어버린다.
<이 영화에서 볼 몇 가지 포인트>
1. 오해한 사랑
폴의 부모는 과격한 스포츠(?!)를 직접 했거나 즐겼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기는 아주 작은 단편의 장면을 보고 '부모가 서로를 때리고 폭력을 저지른다'고 믿어버린다. 그리고 아기는 심하게 운다. 왜냐하면 아기의 세상에서 '부모가 불행한 것은 내가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 비밀정원에서 무의식의 기억속으로 들어가, 그의 부모가 단지 폭력적인것처럼 보이는 행위를 할때, 그 장면을 엿본 아기의 눈에는 엄마가 맞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아주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발생시키고, 그때 들은 '개구리' 노래는 그래서 그의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곧장 재생시키는 노래가 된다. 그는 이로 인해 심각한 좌절감과 슬픔에 빠지지만, 비밀정원에 다시 가서 그 장면이 사실은 '어른들의 섹스'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아기의 세상에서는 섹스가 무엇인지, 어른들의 놀이가 무엇인지 이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해버린다. 그것을 영화에서는 링 위에 올라간 부모들의 격투기로 보여준다. 그들은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서로를 치고 박고 성적인 도발을 하면서 과격한 놀이를 했다.
이처럼 아기들의 시선이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른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수 많은 트라우마를 준다. 일부러거나 실수거나 또는 진짜로 폭력적인 상황이었을지라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어른들의 수천만배가 된다. 세상에 무너지는 감정인 것이다. 그가 2살때 부모를 잃고 말을 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준다. 그가 본 마지막 장면은 '엄마가 누워서 아빠에게 맞는 장면'이었고 이후에 부모는 자신을 떠났다. 그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기억하는 감정은 '불행한 부모와 좌절과 슬픔, 버림받음'뿐이다.
비밀정원에서의 '티타임 치유(?!)'를 통해 그는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고, 이 하나만으로도 계속 떨어지던 콩쿠르에서 우승한다. 내면의 '확신과 자신감'은 사랑을 회복할 때 나타난다.
2. 자매들의 탐욕과 집착
방에 맞지 않고 무게를 견디지도 못할 만큼 큰 피아노 때문에 가족(폴의 부모)를 죽여놓고서도 탐욕을 내려놓지 못해, 폴을 자신들의 욕망의 인형으로 만드는 이모들.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들은 그저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를 잘못했단다, 이제 맘에 좀 풀리니?" 라고 사과같지도 않은 변명을 사과라고 대는 자매들. 그들은 자신의 탐욕이 가해자가 되어 타인을 해쳤음에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아파할 줄을 몰랐다.
늘 우아함을 쫓던 허황된 탐욕의 결말. 피아노는 정원을 위한 상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들이 가르치는 춤인 '미뉴에트'도 현대에는 아무도 추지 않는 춤이었던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저 겉멋에만 심취하여 무용한 것들을 강요하고 가르치는 전형적인 허영심의 인물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기에, 폴의 기억찾기를 통한 진실의 약은 그녀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폴을 통해 이후에 배우게 된다.
3.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삶의 핵심
마담 프루스트가 세상을 떠나면서 폴에게 선물을 준다. 자신이 미처 다 치유해주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차와 마들렌과 음반을 주고, 스스로 이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폴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마지막 기억까지 모두 보고 난 뒤에,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행복한 커플이었음을 이해한다. 그들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지만 폴이 불행했던 건 단지 부모가 자신을 떠나서였음이 아니었다. 부모가 불행했고, 자신을 버렸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기는 부모가 행복하면 세상이 모두 행복하고, 부모가 불행하면 모든게 불행하다고 느낀다'
더 중요한 후반부는 여기서부터 진행된다.
폴은 콩쿠르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알게 된 부모의 죽음으로 '더 이상 이모들의 인형놀이'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서서히 하기 시작한다. 피아노는 더 이상 그의 관심이 아니었고, 찾아간 마담 프루스트의 묘지에서 하늘의 소리가 들린다. 빗방울은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젠 네가 즐거운 일을 해' 그가 다시 우쿨렐레를 집어들었을 때 하늘에서 빛이 쏟아진다. 그의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우주의 알림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묘지에도 의미심장한 말이 적혀있다. '일시정지'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날때 폴에게 그저 하나의 결정일 뿐이라는 듯, '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은 단지 육체를 벗고 이곳을 잠시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메세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해주었다. 그녀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시위를 할 때도 '나는 불교신자'라고 말한다. 감독이 삶과 죽음에 대해 환생과 윤회를 믿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마담 프루스트는 감독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자, 신이자, 관찰자다.
그리고 폴은 마지막에 우쿨렐레 강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웃을 줄 알게 된다. 그 수업엔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만든 사람들도 있다. 또한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던 중국인 소녀를 소스라치게 거부하던 모습에서 결혼을 해 아이까지 낳는다. 폴은 아이를 향해 그의 부모가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말을 하고 말을 건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아빠'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도 '아빠'라는 말을 하면서 입을 뗀다.
몸은 어른이지만 2살짜리로 살아가던 폴은 이제 진짜 어른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우리는 마음의 나이로 세상을 살아가고 보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수 많은 몸만 어른인 사람들의 세상에서, 당신의 기억을 한번쯤은 볼 용기를 가지라고, 그것은 당신의 행복과 불행의 키를 쥐고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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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애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어떤 기억을 붙잡고 있나요?
개봉일:
캐나다 국기 2013년 9월 6일(토론토 국제영화제)
프랑스 국기 2013년 10월 30일
대한민국 국기 2014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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