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2부 이어집니다.
다아시가 양심적이고 젠틀하지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리지는 상상 이상의 용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해. 그 시대의 여성에게 가해진 불합리와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리지는 그에게 진실을 들려줄 용기가 있었어. 자신이 얻게 될 달콤한 열매를 걷어차고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직시하게 만들어줄 줄 알았고 그에 대해 가차없이 비난할 줄도 알았지.
이 책에서 가장 가치로운 점은 난 이것으로 봐.
다아시는 수용과 반성의 용기가 있었지만, 리지의 용기는 그에 댈 바가 못 돼. 자신의 상황이 평생토록 불우해질 것을 알고서도 그에 맞서고 당당해 질 수 있으려면 얼마나 강인해야 할까? 그 시절의 여성이 결혼하지 않으면 실제로 평생토록 여기저기 얹혀살면서 하녀 노릇 겸 가정교사를 해야 하거나, 동생이나 언니에게 신세를 지면서 불안하게 살아야 했어. 그래서 사랑하지 않아도 성직자 ㅡ 오늘날로 비교해보면 ‘사’짜 직업이나 교사/교수 정도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ㅡ 와 결혼한 샬럿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야. 다아시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직위 ㅡ 아마도 장관이나 대학총장쯤 되는 직업에 1000억 정도의 자산이 있고 집안 대대로 계속 명예를 유지한 ㅡ 의 사람이야. 리지가 스스로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형편에 있었다면 훨씬 더 선택이 쉬웠을 수도 있지.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지처럼 선택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자기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용기는 굉장히 큰 것이라 생각해. 나는 이런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조금씩 변화되어 나간다고 생각해. 실제로 역사를 보면 그러했고.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다아시의 편지였어. 다아시를 편지를 읽으며 리지가 두껍게 쌓아올렸던 편견이라는 층이 하나씩 깨어져. 그 엄청난 깨달음의 카타르시스는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었어. 그래서 책은 또 다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
결국 자존심이라는 허영으로 인해 둘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벽을 세운거야. 리지는 감정을 건드린 바람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편견을 사용했고, 다아시는 자존심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오만을 견고하게 만들었어. 그 자존심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그들은 서로의 진실을 알아보게 되었어. 자존심을 뚫고 사라져버린 가짜 감정들을 붙들고 자신을 속이지 않았어.
https://youtu.be/uNgWnBsjxEw?si=HgtUscAC7-gHo7_P
영화에서 다아시가 고백하는 장면(영화는 책에서 나온 편지의 통찰을 제대로 전하지는 못한다)
리지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부분을 한번 보자.
*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다아시를 생각하든 위컴을 생각하든 자기가 눈이 멀었고 편파적이었으며 편견에 가득 차고 어리석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행동이 그렇게 한심했다니!” 그녀는 외쳤다.
"변별력에 대해서만큼은 자부하고 있던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똑똑하긴 하다고 자랑스러워하던 내가! 때때로 언니가 너무 너그럽고 솔직하다고 비웃으면서 쓸데없이 남을 의심함으로써 허영심을 만족시켰던 내가! 이제야 깨닫다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하지만 창피해하는 게 당연하지!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해도 이보다 더 기막히게 눈이 멀 수는 없었을 거야. 그렇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고, 다른 한 사람은 특별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난 두 사람에 관해서는 선입관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쫓아낸 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 난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거야.”
(중략) 편지에서 분하긴 하지만 받아 마땅한 비난과 함께 자기의 가족이 언급된 부분에 이르자, 그녀의 수치심은 더욱 커졌다. 그의 비난은 너무나 정당한 것이어서 그것을 부인할 도리는 없었다.
*
아, 부끄러움을 아는 자는 항상 옳다!
부끄러움을 알고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열렬히 통렬하게 반성하고,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자신이 감정적이었음을 아는 것!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람과 아닌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고 대하는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를 떠받들어주는 사람과 나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솔직함을 가진 사람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불편감을 일으켜. 때문에 내가 왜 불편한지ㅡ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감인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기에 생기는 불편감인지를ㅡ 숙고해 볼 필요가 있어. 상대방이 미성숙해서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해 자신을 지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그러나 상대방이 자신의 진실을 찌르기 때문에 감정이 상하는 것이라면 한번 더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그렇게 하기만 해도 우리는 매번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니까. 또한 자기 확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알게 되면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익숙한 거짓을 깨어버려야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 말은 쉽지만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야. 자신이 가장 어려워하는 그 부분을 직면하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일이고.
나 스스로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은 성장한다고 생각해. 이 때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용기. 받아들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자가 되느냐, 안하무인 격으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억울함만을 주장하느냐.
이후 다아시의 변화도 놀랍긴 했어. 다아시 역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조금도 의심치 않고’ 청혼하러 갔으나 거절당한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았어. 자신을 사랑해 준 부모였지만, 당연하게도 오만과 자만심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부추겼다는 것. 리지가 아니었다면 평생토록 그렇게 살았을 거라는 점. 거기서 절망하고 멈춘 것이 아니라 이후에 힘 닿는 대로 예의를 갖추어서, 과거 일로 원망하는 옹졸한 인간이 아님을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는 것.
진실은 종종 왜곡되곤 해.
우리들은 보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너무 쉽게 믿어버리니까. 어쩌면 오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면서도 엄청난 장애물이야. 우리는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몇 배는 더 많이 노력을 해야 하니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 그래서 서로에게 바로 가 닿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 그렇기에 우리는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해. 수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결국 진심은 전달되어야 할 가치를 가지고 생성된 것이라 믿어. 그것은 나를 성장시키고 타인을 성장시키기 위해 태어 났어. 우리는 진심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어.
끝으로 다아시의 수줍음 많고, 서툰 표현방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일화를 보여주면서 끝내려고 해.
*
“그럼, 제 장점은 모두 당신의 감호 하에 있으니, 가능한 한 과장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그 보답으로 가능한 한 자주 당신에게 집적거려 싸울 거리를 찾는 일은 제가 맡지요. 그러면 바로 묻는 것으로 시작할게요. 뭐 때문에 결국에는 하고 말 일을 그렇게 마지못해 했나요? 처음 방문했을 때 왜 절 그렇게 피했어요? 그리고 그 후에 여기서 식사할 때도? 특히 방문했을 때, 왜 나한테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어요?”
“당신이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어서 용기가 안 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 당황하고 있었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정찬을 들러 왔을 때는 저한테 말을 더할 수 있었을 텐데요.”
“감정이 저보다 덜했던 사람이었다면, 그랬겠죠.”
“당신은 이치에 맞는 대답을 마련해 두고 있고, 저도 그걸 받아들일 만큼 이치에 맞기만 하니, 얼마나 불행한 일이에요! 그렇지만 당신을 혼자 버려두었더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을지 전 모르겠어요. 내가 묻지 않았다면, 언제 말을 꺼냈을지 모르겠다고요! 리디아에 대한 친절에 감사드려야겠다는 제 결심이 분명 효과가 컸어요. 지나치다고 해도 될 정도로요.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약속을 어긴 것이 도리어 우리의 행복을 가져다준 셈이니, 이제 도덕은 설 자리가 없겠어요. 이래선 안되지요.”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덕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캐서린 영부인의 부당한 노력이 저의 온갖 의심을 없애주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제 행복은 감사를 표하고자 하는 당신의 열렬한 소망 때문이 아닙니다. 전 당신이 입을 열어주기를 기다릴 기분이 아니었어요. 제 이모의 정보가 희망을 주었고, 당장 모든 것을 알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겁니다.”
https://youtu.be/f4upyq5QztM?si=vMQTVnboO5pUWAba
오만과 편견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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