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ever you explore, it will lead you to your own path."

"당신이 탐구하는 모든 것이 결국 당신만의 길로 이끌 것이다."

작은 우주의 이야기/컨텐츠 파헤치기

[애니] IT물결 속에서 관계 맺기 by 고장난 론

플라눌라 planula 2021. 11. 6. 20:20
반응형

'론'은 애완로봇이다. AI기능을 탑재한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들의 현실이 될 친구이자, 비서이고, 소셜미디어이고, 최신식 기계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영화와 컨텐츠들이 이미 많이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인간관계가 가야할 길과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비판적으로 그려놓았다. 

 

미래의 첨단 시대에도 빈부격차는 있을 것이며, 가진 자와 못가진 자는 나뉠 것이다. 그리고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새로운 물질들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그때 소외받는 자들은 자신들만의 철학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비판할 것이다. 시대는 변한 것 같지만, '고장난 론'의 메세지는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 온 사회의 '기득권과 빈곤층,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기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폭 넓게 다루고 있다. 

 

고장난 론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그래서인지 사회비판적 시각에서 봐야할 포인트는 꽤 많다. 

 

첫번째로, AI와 인간의 고립이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외로움과 우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으며 IT가 세계의 연결을 가속화할 수록 인간간의 접촉은 제한된다. 그것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느꼈을 것이다. '고장난 론'에서 일반적이지 않은(곧, 고장난) 기계가 고립된 인간에게 가슴 뜨거운 인간애를 알려준다.

 

아이러니해보이지만, 이것을 인간에 비유해보아도 공감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자극이 되거나 버림받는다. 그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위협이 된다. 사람들은 변이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사실 그로인해 세상은 필요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딩을 해서 세계에 IT혁신을 일으킨 괴짜 천재들이나,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심지어 코로나19도 과격하게 그 역할을 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을 AI라는 기계 문명과 개개인의 고립으로 보아도 된다.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 때문에 자신을 잃어가고 그 변화를 촉진하는 것은 IT문명이라는, 보편적인 시각이다. 그런 현실을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또 이미 혁신을 일으킨 인물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은근한 돌려까기(?)를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결국 그 인터넷 문명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저 이 IT물결을 거부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 흐름 안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받아들이되, 너무 획일화되지 않는 상태ㅡ 주체성을 스스로 가질 수 있을 정도의 독립과 개성 ㅡ 를 유지하자, 정도인 것 같다. 결국 우리는 고장났든, 획일적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든 상관없이 이 기계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고 영화는 말한다. 나아가 우리는 모두 조금 '더' 개성있는 AI 애완로봇을 가짐으로써 스스로의 외로움과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 개성있는 애완로봇은 현재로 보자면, 아마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개인의 주체적 표현 정도가 될까? 

 

두번째는, 빈부격차와 권력층의 비도덕성이다.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앤드류'는 '비봇'을 판매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을 가진다. 결국 잃어버린 '고장난 론'과 소년 '바니'를 찾기 위해 상황이 급박해지자, 사람들에게 판매한 비봇을 자신들이 컨트롤 하여 '무선정찰대'로 이용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의 집에 하나씩 다 있는 비봇을 컨트롤 할 수 있고 또 사생활을 관리할 수도 있으며 필요할 때면, 그들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캐낼 수 있다. 이것이 단지 영화의 일일까? 우리가 쓰고 있는 수 많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싸이트 등에서 이미 이런 정보를 보유하고 서로의 이득을 위해서 팔고 산다. 명분은 언제나 그럴듯하지만, 이면에 누가 결국 이득을 보는가? 를 살펴보면 우리가 누구에게 정보와 돈을 흘려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이것에 관여할 권한이나 힘이 있을까?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순진한 노동자가 될 뿐이다. 현대사회의 돈은 '정보'다. 우리들의 정보는 여기저기에 '어쩔 수 없이' 뿌려진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고, 어딘가에 가입을 할 수 없고, 무언가를 볼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 수동적 강요를 통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지금도 권력층에게 현재의 정보와 미래의 부를 넘겨주고 있다. 결국 단편적으로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권력층 스스로의 도덕성'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영화에서는 그 모습을 '마크'를 통해 보여주었다. 생산수단을 손에 쥔 권력자가 스스로의 도덕성을 지키려고 자신이 가진것을 버리고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서 원칙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 우리는 여전히 이 작은 개인의 의지와 도덕성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세번째는 애니메이션의 유쾌함이다. 현실은 이렇듯 씁쓸하고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내 모든 권한은 태어날 때부터 그들이 정해준 틀 속에서 움직이지만, 우리는 이 모든것을 말하고 그려내고 표현해낼 수 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유쾌하고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함께 말할 수 있고 이 블로그처럼 글을 쓸 수도 있다. 이것이 어쩌면 생산수단을 손에 쥐지 못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고장난 론'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보다 꽤 진지하고 비판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 우리가 이런 컨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또 관심있게 지켜보며 나의 미래와 후손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상은 이미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바꾸는 것은 소수이다.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거대한 흐름을 바꾸는 인물이 되지 못하더라도 '고장난 론'처럼 우리안의 알고리즘을 스스로 '아름답게' 변형시켜 주체적인 삶을 살기위해 노력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애완기계인 '론'과는 달리, 인간은 스스로의 자발적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 첫발은, 모두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속이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 남들과 좀 다르더라도 나만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론이 '망가졌다'고 앤드류는 평가했지만, 마크는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자신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바로 자신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좀 삐걱대고 엉뚱한 말을 해대고 세련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곧 고장난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다. 그 코드는 누군가가 만들어내어 나에게 주입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새롭고 아름다운 코드일지 모른다.

 

어른이들과 어린이들이 모두 자신안의 '망가진 론'을 발견해낼 수 있기를. 

 

 

더보기

개봉일: 2021년 10월 15일 (영국)
감독: 사라 스미스, 장 필립 바인
등장인물: 리치 벨처, 벤자민 핀리, 엘리, 노아, Policier, 아바, 제이든, 사반나, 알렉스, 론, Ms. Hartley, Donka, 앤드류, 그레이엄, 바니, 마크
제작사: 록스미스 애니메이션, 20세기 스튜디오, 더블 네거티브, 20세기 애니메이션, TSG 엔터테인먼트
제작자: 사라 스미스, 줄리 록하트, 라라 브레이
편집자: 심 에반 존스, 제임스 쿠퍼, 데이빗 버로우즈

반응형